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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조직의 어두운 민낯: 왜 피해자들은 홀로 싸워야 했나"

찡-긋 2025. 6. 13. 20:24

왜 조직은 나쁜 짓을 숨기려 할까? 프로볼로 사건으로 본 구조적 문제

알다 프란체토(Alda Franchetto)는 13살 때 학교에서 경험한 학대에대해 부모님께 말하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자신을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몬 파도바니/게티이미지)

한 개인의 범죄가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까지, 30년 넘게 계속된 프로볼로 청각장애인 학교 성범죄 사건.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묻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한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나?"가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어떻게 이런 일이 30년이나 계속될 수 있었나?"**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개인이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나쁜 짓을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1. "몰랐다"고 하면 책임이 없어진다?

정보를 일부러 차단하는 시스템

가장 놀라운 건 이거였습니다:

  • 2009년: 이탈리아에서 코라디 신부가 위험한 사람이라고 공식 확인됨
  • 2014년: 피해자들이 직접 바티칸에 "이 사람 위험하다"고 경고
  • 2016년: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될 때까지 현지에서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

이게 우연일까요? 아닙니다. 일부러 정보를 나누지 않은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각 부서가 서로 모르면 "우리는 몰랐으니까 책임 없다"고 말할 수 있거든요.

책임 떠넘기기의 완벽한 시스템

  • 현지 교구: "바티칸에서 알려주지 않았어요"
  • 바티칸: "현지 상황까지 어떻게 다 알아요?"
  • 조사관: "증거가 부족해요"
  • 윗사람: "아랫사람이 보고 안 했어요"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되는 거죠.


2. 일부만 인정하면 전체가 덮어진다

24명 중 5명만 처벌하는 이유

조사 결과를 보면 이상합니다:

  • 피해자들 증언: "대부분 믿을 만하다"
  • 코라디 신부 관련 증언: "이건 의심스럽다"
  • 최종 결과: 24명 가해자 중 단 5명만 징계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전략입니다.

일부는 인정해서 "우리도 조치를 취했다"고 보여주지만, 핵심 인물은 빼서 더 큰 문제가 되는 걸 막는 거죠.

징계라고 부르기 민망한 처벌

그나마 징계받은 5명도 처벌이 뭐였는지 아세요?

"아이들과 떨어져서 기도나 해라"

이게 처벌인가요? 이건 그냥 **"조용히 있어라"**는 뜻입니다.


3. 시간을 끌면 사람들이 잊어버린다

의도적으로 질질 끄는 패턴

시간의 흐름을 보면 패턴이 뚜렷합니다:

  • 2009년: 피해자들이 폭로
  • 2010년: 바티칸이 조사 시작 (1년 지연)
  • 2014년: 피해자들이 교황에게 직접 편지
  • 2016년: 바티칸이 답장 (2년 지연)

왜 이렇게 늦게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관심을 잃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절차의 미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복잡하게 만듭시다: 내부 조사 → 상급 보고 → 재검토 → 추가 조사 → 최종 결정

각 단계마다 몇 달씩 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지쳐갑니다.


4. 외부 개입을 막는 벽

내부 논리가 우선

조직 안에서는 이런 논리가 작동합니다:

  • 외부 사람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해!"
  • 조직 내부: "우리 조직 명예가 더 중요해"

피해자의 고통보다 조직의 체면이 더 중요한 거죠.

극소수가 모든 걸 결정

중요한 결정들이 아주 적은 수의 내부 사람들만 모여서 내려집니다:

  • 피해자들은 의사결정에서 완전 배제
  • 외부 전문가나 시민들 개입 차단
  • 언론이나 법원의 압력도 최대한 막기

5. 은폐하려다가 더 큰 문제 만들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였지만...

처음에는 은폐 작전이 성공하는 것 같았습니다:

  • 언론에 별로 안 났음
  • 법적 책임도 피함
  • 조직 이미지도 유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큰 재앙이 됐죠:

  • 범죄가 다른 나라까지 퍼짐
  • 피해자 수가 몇 배로 늘어남
  • 조직에 대한 신뢰 완전히 무너짐

결국 경찰이 해결

2016년 아르헨티나 경찰이 급습해서야 모든 게 끝났습니다.

조직 스스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거죠.


이런 패턴, 다른 곳에서도 봤던 것 같은데?

비슷한 구조의 조직들

프로볼로 사건의 패턴은 다른 곳에서도 반복됩니다:

  • 학교: 교사가 학생 괴롭히는 문제
  • 회사: 상사가 직원 괴롭히는 문제
  • 정치: 권력자들의 특권 남용
  • 군대: 계급 이용한 가혹행위

공통점이 있어요

  1. 위아래 관계가 절대적: 아래에서 문제 제기하면 더 괴롭힘
  2. "조직을 위해서"라는 논리: 문제를 덮는 게 조직에 좋다고 생각
  3. 외부 개입 거부: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4. 피해자 고립: 개인 vs 거대한 조직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하기

  •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권한 주기
  •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만들기
  • 피해자를 보호하는 독립적인 기구 만들기

2. 책임을 명확하게 추궁하기

  • 개인 책임을 정확히 규정하기
  • 조직 책임에 대해서도 실제로 처벌하기
  •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 묻기

3. 권력을 나누고 견제하기

  • 결정할 때 여러 사람이 참여하게 하기
  • 외부 전문가도 반드시 참여시키기
  • 피해자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결론: 개인이 나쁜 게 아니라 시스템이 나쁘다

프로볼로 사건의 진짜 교훈은 이겁니다:

몇 명의 나쁜 사람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교회는 외면했고, 경찰이 나섰다"는 말이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은 조직은 외부의 강제적 개입 없이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권력을 가진 조직들이 이 사건에서 배워야 합니다.

피해자를 외면하고 자기들 이익만 챙기는 조직은 결국 스스로를 망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진짜 신뢰는 숨기지 않을 때, 진짜 권위는 책임질 때 생긴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