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함 뒤의 범죄: 가톨릭 교회의 성범죄 실태

충격적인 현실로 드러난 ‘거룩한’ 범죄
최근 앤서니 피어스(84)가 과거 교구 사제 시절 저지른 성범죄를 자백하고 징역 4년 1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정에서 피해자는 “지금도 수치심과 당혹감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그가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든 데 큰 책임이 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성직자의 탈을 쓴 범죄가 남긴 상처는 깊고 고통스럽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범죄가 반복되고 있지만, 교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고 때로는 조직적인 은폐로 일관해왔습니다.

종교 권위를 방패 삼다
가해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권위를 범죄의 방패로 삼아왔습니다. 많은 경우, 성직자들은 신도들의 맹목적 신뢰를 악용해 범행을 저지르고도 죄책감 없이 책임을 회피해왔습니다. 한 조사에서는 일부 사제들이 피해 아동에게 “이 학대는 신의 뜻”이라고 세뇌하고, “신부의 말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고 범죄를 정당화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심지어 발설하면 “가족이 지옥에 갈 것”이라고 협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행태는 피해자들에게 죄책감과 공포를 심어 그들을 침묵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교회 구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범죄를 조직적으로 덮어온 교단의 은폐 구조입니다.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는 70년간 아동 대상 성범죄가 21만6천 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교회 당국은 성직자 범죄를 체계적으로 은폐해왔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300명이 넘는 성직자가 1,000여 명의 아동을 수십 년간 학대했지만 교회는 이를 숨겼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교회 수뇌부가 진실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매뉴얼”까지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배신
교회는 “사랑과 자비”를 말하지만, 정작 피해자 보호에는 무책임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은 성스러운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왜곡된 죄책감에 시달렸고,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방법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피해 호소를 외면하고,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쉬쉬하는 관행이 이어졌습니다. 피해자와 가족이 용기를 내어 성직자의 범죄를 알렸을 때조차, 교회는 가해자를 법에 넘기는 대신 내부 징계로 무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복되는 추문과 미온적인 교단의 대응
성범죄 추문은 국적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가톨릭 교회 전반에 만연해 있습니다. 미국, 유럽, 호주에서 수만 건의 피해 사례가 밝혀졌고, 최근 포르투갈에서도 4,800여 명의 피해자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교황청과 각국 교구의 대응은 더디고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황청은 아동 성학대 은폐 문제로 비판받기 전까지도 내부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외부 감시와 책임 추궁이 답이다
이제 종교적 권위가 범죄의 면죄부가 되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교회가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외부의 철저한 감시와 공적 개입으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주 정부 차원의 조사와 그랜드 저리 보고서가 나오자,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났고 가해 성직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는 평범한 범죄자와 다름없이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며, 이를 은폐하거나 묵인한 교회 책임자들 역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더 이상 교단 내부의 온정적 처리나 은밀한 사과만으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 중심의 개혁이 필요하다
교회 제도와 문화를 피해자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변화시키고, 2차 피해를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두어 교회 내 성범죄 사건을 투명하게 조사하고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종교는 결코 법과 상식 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부패한 권위를 끝없이 용인하면 신앙마저 공허해질 것입니다. 이제는 가톨릭교회가 스스로 개혁하든지, 아니면 사회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들이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죄악에 더 이상 면죄부는 없다는 것을 전 세계 가톨릭 교단은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